<aside> 💡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이 상상해 낸 동양의 이미지를 ‘현실’인 것처럼 제시함으로써 동양에 대한 서양의 지배를 정당화해 온 이데올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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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로빈슨 크루소


<aside> 💡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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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로빈슨 크루소는 18세기 초 영국 작가 다니엘 디포가 창작해낸 소설 속 인물입니다. 그는 항해 중 무인도에 표류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홀로 섬에 ‘문명’을 건설해 내는 불굴의 개척자입니다. 디포는 로빈슨을 통해 세계를 탐험하며 ‘야만’에 ‘문명’을 전파하는 당대 백인, 영국인, 기독교인의 전형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 이야기는 발표되자마자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이후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변주되어 왔습니다. 대부분의 후속 작품들은 원작과 마찬가지로 황량한 무인도를 30여 년의 세월을 통해 문명의 터전으로 바꾸어 놓는 로빈슨 크루소의 불굴의 개척정신에 방점을 두었습니다.

<aside> 👉 하지만 프랑스의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는 서구, 백인, 남성, 그리고 기독교로 표상되는 '문명'의 허상을 밝히기 위해, 비딱한 시선으로 로빈슨 크루소의 이야기를 요리조리 꼬집고, 비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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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니에의 로빈슨 크루소, ‘로뱅송’도 시작은 맥가이버 뺨치게 모든 일을 뚝딱 뚝딱 잘해내는 '서구' '백인' '남성'입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섬에 ‘스페란차’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섬의 지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수학적 능력과 합리적 사고를 토대로 섬을 측정하고, 측량한 것이었죠. 그리고 그는 달력을 만들고, 헌법을 제정합니다. 나아가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음에도 스스로 스페란차 섬의 총독이자, 목사, 장군이 됩니다.

그런데 '야만'의 세계에서 ‘문명인’의 정체성을 상실하지 않는 다른 로빈슨 크루소들과 달리 투르니에의 로뱅송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차 '야만'의 세계에 잠식되어 갑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방드르디라는 원주민입니다. 유럽인에 잡혀가던 그는 로뱅송에 의해 구출되어 스페란차 섬에 정착하게 됩니다. 로뱅송은 그에게 ‘방드르디’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그를 하인으로 삼아 자신이 세운 ‘문명’의 질서를 가르치려 합니다.

하지만 방드르디는 로뱅송의 방침에 불복종하고, 로뱅송이 이루어 놓은 ‘문명’의 흔적들을 파괴합니다.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았던 로뱅송은 그런 그를 용서하고, 이후 오히려 자신이 ‘야만’으로 여겼던 삶을 받아들입니다.